내가_OO_못하는_이유/내가 다이어트를 못하는 이유

미각 세포도 생명인데, 같이 잘 지내보려고요.

의 19호실 2020. 11. 14. 23:59

옛날에 어느 한 연예인이 '먹어봐야 다 아는 맛'이라는 다이어트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한때는 그녀의 말에 공감했지만, 요새는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 여전히 많고 또 아는 맛이라 다시 먹고 싶은 맛이 있다. 

최근에 친구들과 을지로의 한 베트남 음식집에 갔다. 수많은 블로그를 읽어봐도 무슨 맛인지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음식이 있었다. 메뉴판에는 칠리 페이스트를 이용한 매콤 고소한 촙촙 스타일의 누들이라 적혀있었는데, 새로움에 대한 내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알쏭달쏭한 설명이었다. 
직접 먹어보니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맛이었다. 약간 꾸덕한 로제 파스타 같은데, 매운 맛도 느껴지면서 탄탄면과는 다른 고소한 맛도 느껴지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의 맛 표현은 또 달랐다. 그만큼 모두에게 낯선,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는 게 아닐까?



또 언제는 이런 새로운 맛을 도전해본적이 있다. 리치피치맛, 귤맛, 오디맛 우유, 쑥 우유, OO우유 살롱밀크티 등. 전 직장 사수 차장님께서 나에게 편의점 콜렉터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나는 편의점에서 새로운 제품을 보면 바로 시도해 보는 사람이라, 저 제품들 역시 발견한 순간 도전해보았다. 
특히나 오디맛 우유는 그 맛이 너무 궁금하여 빨대를 꽂는 순간에 무척 설레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디맛을 굉장히 궁금해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일까. 중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웠던 우리나라 고전문학에 가끔 '오디'가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오디가 대체 무슨 맛인가 궁금해했다. 

- 그녀의 조그맣고 도톰한 입술에서는 한나절 먹은 딸기, 오디, 산복숭아, 으름들의 달짝지근한 풋내와 함께, 황토를 찌는 듯한 향긋하고 구수한 고기냄새가 느껴졌다.
김동리의 '역마' 중

손과 입을 까맣게 만드는, 달달하면서도 풋내 나는, 여름의 맛이라는 오디는 대체 무슨 맛일까. 이런 어릴 적 궁금증은 뒤늦게 다시 살아나 주저없이 오디맛 우유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나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은 세상에 참 많고. 미각 세포도 즐거움을 느낄 권리가 있는 생명인데, 나와는 죽을 때까지 같이 지내야 하는 생명이니까. 새로움에 도전하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다이어트는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