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그리고 종량제 봉투의 쓸모
사전에 ‘종량제 봉투’를 찾아보면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지정된 규격의 봉투라 나온다. 이 종량제 봉투에는 씻어도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는 용기류, 분리배출 대상이 아닌 품목, 폐비닐 등이 버려진다. 이게 내가 평소 알고 있던 종량제 봉투의 쓸모였다. 그런데 어젯밤 내가 알던 게 다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늦은 밤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다. 길바닥 위에 누워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새끼 고양이었다. 동네에서 종종 보았던 조그맣고 까만 아이는 아무도 오가지 않는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영하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식어가고 있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와 배고픔을 이겨내기에는 너무나 약하고 어렸던 아이.
사람 손 타서 살아가기 더 힘들까 봐 그동안 멀리서 지켜만 봤는데, 이제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살아있을 때도 사람이나 어미의 온기를 느끼지 못했던 아이가 죽어서도 온기라고는 1도 없는 곳에 있는 게 너무 안쓰러워, 어떻게 할 방도가 없나 찾아보았다. 검색 결과를 보기 전까지 어딘가 전화할 곳이 있을 거라 기대했던 것 같다. 그 기대는 산산이 깨졌고.
땅에 묻는 건 불법,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고 한다. 연고지 없는 길고양일지라도 생명인데…. 어떻게 그 생명을 쓰레기인 양 봉투에 버릴 수 있는지, 종량제 봉투가 수거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거나 분리배출이 안 되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만 버려지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고양이. 한 생명이 처치 곤란한 쓰레기 취급받는 기막힌 현실….
누구에게나 곤란한 상황인 건 이해하겠으나 그래도 종량제 봉투는 너무 비인간적이잖아. 살아서도 비정한 세상에 고통받았을 아이에게 죽어서까지 현실이 가혹하기만 한 것 같아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처치 곤란한 것들을 담는 게 종량제 봉투의 역할이었을지라도, 종량제 봉투도 한 생명이 그 안에 담기길 원하지 않을 것 같은데. 고양이도 그렇게 처참히 버려지길 원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무엇도 원하지종량 않던 길.
새벽 내내 잔상에 쉬이 잠 못 들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목이 매인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 슬픔은 가시겠지만, 종량제 봉투를 맘 편히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잠 못 드는 밤
고양이
그리고
종량제 봉투의 쓸모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