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19호실 2021. 1. 8. 00:42

ㅡ 무슨 생각 해?
ㅡ 아무 생각 안 해. 그냥 멍 때리는 중이야.
ㅡ 생각을 어떻게 안 할 수 있어?

말문이 막혔다.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봤을 유명한 격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격언이 떠오르며, 나는 어떻게 아무 생각 안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안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다시 한번 내 방의 새하얀 벽을 보며 멍 때리기를 시도해 보았다. 어제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오늘 할 일, 미래에 대한 걱정, 지나간 과거, 보고 싶은 사람들, 듣고 싶은 노래 등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나는 말로는 멍 때린다고 하면서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하나의 생각, 뇌의 한 활동이었다.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온갖 생각들을 떨쳐버리려고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다 해왔는데… 멍 때린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 정의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음…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저 흘러가는 대로 아무 생각이나 하는 것. 날 가장 힘들게 하는 고민거리 또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붙잡고 그것들만 계속 되뇌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것처럼 생각도 그저 그렇게. 그리고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일들을 이어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 것.
이게 바로 멍 때리기 아닐까?

새롭게 정의를 내렸으니 그 정의에 맞게 실천을 해봐야지. 나는 이제 마음속으로 개연성이라고는 1도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겠다. 창의적인 멍 때리는 시간, 마음껏 즐겨야지.
쓰다만 글, 횡설수설하는 글이 되더라도 오늘 글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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