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것도 귀찮아!
내게 초코파이는 건강식품이라고 말해준 친구와 밤마다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참고로 앞으로도 자주 출연할 것 같으니 오늘부터는 이 친구를 별명으로 써보려 한다. 그녀의 별명은 '망지'!
망아지의 '망'과 실명이 합쳐진 별명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통제가 안 되고 제멋대로 함'이라는 뜻의 관용구 때문에 망아지라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밝고 쾌활한 이미지를 생각해 주면 좋겠다. 망아지를 실제로 보면 얼마나 귀여운데! 망아지가 그런 관용구에 쓰이는 게 안타까울 뿐. 망지는 고개를 올려봐야 할 만큼 커다랗지만 제게는 정말 귀엽고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니 반겨주세요~ :)
아무튼 망지와 밤마다 자주 하는 말은 ‘졸리다, 자고 싶어. 근데 자는 것도 귀찮아!’.
졸리고 자고 싶으면 자면 되지, 자는 게 귀찮다고 안 자는 건 무슨 모순된 마음이람? 습관처럼 귀찮다는 말만 하다 이 글을 계기로 내 마음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우선 나는 머리만 베면 잠드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불 끄고 누워 어둠에 익숙해지고도 또 한참이 지나야 잠이 드는 편이다. 심할 땐 어둠 속에서 잠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밤을 새운 적도 있다. 그렇게 오래도록 잠들지 않을 땐, 털이 복슬복슬한 양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한 마리 두 마리 세기도 하고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놓기도 한다.
TMI인데 요새 자장가 삼아 듣는 클래식은 ‘Erik Satie - Gymnopedie No.1(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이다. 과거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시몬스 침대의 광고 음악으로도 쓰인 곡인데, '이 곡을 들으면 광고 카피 따라 침대의 편안함을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잠이 더 잘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 자장가로 픽했다. 며칠 들어본 결과, 내 침대는 시몬스 침대가 아니라는 것과 침대의 편안함과 내 수면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또 종종 ASMR을 들어보기도 한다. 백색소음, 빗소리, 탭핑 등 다양한 ASMR을 들어봤는데, 나는 그 소리들을 들으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게 아니라 박자를 세고 있더라. 나도 참 피곤한 사람이지 않나 싶다.
잠은 죽어서도 잘 수 있는데, 지금 이 순간 잠깐이라도 자야 된다며 이렇게 몸부림쳐야 하나. 자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 써보는 게, 닫힌 눈꺼풀 아래에서 역시 잠들지 못하고 도록도록 굴러가는 눈동자를 느끼는 게 귀찮다.
한마디로 자는 것도 귀찮다.
오늘은 안 귀찮아할 테니 좀 일찍 자보자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