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어느 날, 망지가 마장동에서 토익 시험을 응시했다. 용인에 사는 친구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근처 응시장이 없다며 먼 마장동까지 가게 됐다. 토익 시험 하나 보기 위해 왕복 3시간을 넘게 오가야 하는 친구가 참 안쓰러웠다. 또 한편으로는 망지의 시험을 핑계로 나도 마장동에 가고 싶어졌다. 초록창에 ‘마장동’까지만 입력해도 나오는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질 좋고 신선한 고기를 먹고 싶어서.
그래서 망지에게 먼 길 돌아 마장동까지 가는데 정말 달랑 시험만 보고 돌아가면 아쉽지 않겠냐며, 마장동에서는 꼭 소고기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망지를 유혹했다. 그렇게 우리는 토익 시험이 끝나는 대로 함께 소고기를 먹기로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망지는 정말로 토익 시험을 위해, 나는 고기를 먹기 위해 마장동으로 향했다. 시험이 끝난 뒤 우리는 소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니, 많이 먹어도 괜찮다며 쉴 새 없이 굽고 말없이 먹기 시작했다. 약 1kg을 아주 빠른 속도로.

한국 성인의 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자신의 체중 kg당 1g이라 한다. 체중이 70kg인 사람은 하루 70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평균적으로 소고기 100g당 단백질 20g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고.
망지와 내가 1kg의 소고기를 먹었으니, 1인당 단백질을 100g 정도 먹은 게 된다. 그렇다. 하루 권장량을 훨씬 초과하는 단백질을 먹었다.
아무리 단백질이 옳을지라도 과유불급이었던 건 변치 않는 사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회상해보니 마장동에서 토익 시험을 보고 먼 길 오가는 건 내가 아니라 친구인데, 내가 소고기를 먹어야 했던 이유에 의문이 든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변명을 했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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