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뭐랭 70

Epilogue

100일 동안 ‘내가 다이어트를 못하는 이유, 내가 글을 못쓰는 이유, 내가 잠을 못 자는 이유’ 이렇게 세 가지의 큰 주제 아래 총 95개의 에피소드 및 변명을 썼다. 억지로 쥐어짜낸 에피소드도 있지만 대부분 솔직하게 내 일상 속 변명을 써 내려간 것 같다. 솔직히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저 세 가지 주제만으로 100일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되더라. 변명과 핑곗거리는 무궁무진하더라. 그렇게 무한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내는 내가 살짝 한심스럽다가도, 그래도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이어트를 못 하겠다 하면서 조금씩 운동하며 건강을 유지했고, 글을 못 쓰겠다면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마쳤고, 잠을 못 자겠다면서 어떻게든 자고 컨디션을 유지했으니까. 무엇보다 ‘변명이 난..

마지막은 어렵다

내일은 에필로그를 쓸 예정이니, 사실상 오늘이 나의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이다. 타고난 귀차니즘과 벼락치기 체질로 중간중간에 위기도 있었고 또 아무 말도 쓰지 못한 날도 있지만, 뭐 하나 꾸준히 못하는 편이었던 내가 무사히 프로젝트의 끝에 다다라 나름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중. 조금 더 이 성취감에 취해있고 싶은데, 오늘도 글쓰기를 하긴 해야 하니 키보드에 손을 올려본다. 그런데 끝이 보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써 내려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네… 누군가와의 이별, 퇴사 등 어떤 끝이든 아쉽지 않으면서 간결하게 마무리 짓는 건 어려운 것 같다. 대부분의 마지막 순간이 한순간에 닥치는 게 아닌 만큼 나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마지막 순간 이..

적당한 몸매의 기준

어느 날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몸무게, 체지방률, 골격근량 등 건강 관련 각종 수치가 정상인데 왜 나는 계속 다이어트를 특히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의문. 나도 모르게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날씬한 몸매의 기준에 따라, 체중 감량에 초점을 맞춘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감량을 하다 보면 예쁜 몸매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지금도 종종 듣는 외모에 대한 평가와 사회적 기준이 내게 이토록 스며들었다는 게 참... 내게 강요되는 일정한 외모 규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미처 내가 깨닫지 못한 강요된 기준이 더 있는지, 정말 내 건강을 위해 필요한 식이요법 및 다이어트는 어떤 것일지,..

점과 잠 사이

“Connecting the Dots.” 과거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하 연설에서 과거에 ‘점’과 같았던 사소한 일들이 연결되어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간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내게 지금 의미 없어 보이는 일, 별거 아닌 일도… 점도, 언젠가 유의미한 점이 되어 괜찮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에 일조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혹시나 내가 아예 잘못된 점을 찍은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고. ‘점’이라는 글자에서 점 하나 잘못 찍으면 ‘잠’인데, 인생의 점을 잘못 찍었을 때도 그저 잠에만 영향을 미치는 거였으면 좋겠다. 점 잘못 찍었을까 봐 걱정되어 잠 못 이루는 밤에 써보는 글.

내일의 나에게 오늘의 내가 남기는 것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 이기주, 가끔 내가 그동안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며 후회될 때가 있다. 과거의 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왜 그런 말을 글에 내뱉은 건지 의문이 들고 과거를 주워 담을 수 없음에 아쉬움을 느끼는. 무심코 입으로 내뱉는 말보다는 정제된 언어, 문장으로 남긴 말일지라도 말은 말이었다. 후회되는 말 한가득이다. 어제의 내가 쓴 글이 오늘의 나에게 후회 덩어리로 남았듯, 오늘 내가 쓴 글이 내일의 나에게 또 후회로 다가갈까 봐… 말을 아끼는 오늘.

장거리 이동과 보상심리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맛집 탐방’이지 않을까? 특히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여행이라면, 여행지에서 더더욱 맛집을 가고자 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지.’,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 온 김에 맛있는 거 먹고 가자.’ 이렇게 말하며. 난 비교적 맛집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어디 멀리 간 날에는 저렇게 말하며 정성스레 서칭 후 맛집을 찾아가 기다리기까지 한다. 또 배가 고프지 않아도 그 지역만의 먹거리를 먹겠다며 꾸역꾸역 더 집어넣는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긴 거리 이동한 거에 대한 보상심리로 괜히 더 먹을 것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여기까지 오는 데에 힘들었던 만큼 맛있는 걸로 보상받으려는 걸까?’ 이런… 한마디로 다이어..

부끄러운 헤겔 짓거리는 이제 그만!

과거 쇼펜하우어는 헤겔의 글을 보고 ‘헤겔 짓거리’라며 놀렸다 한다. 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글쓰기라는 의미의 ‘헤겔 짓거리’. 이런 글쓰기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만 아는 것도 나만의 철학도 없이, 그럴듯한 말을 지어낼 때 나오는 것 같다. 나는 가끔 내가 무슨 말을 쓴 건지 모를 때가 있었다. 특히나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날에도 뭔가를 쓰긴 써야 하니 의도나 생각이라고는 1도 담기지 않은 아무말을 썼더랬다. 오늘도 살짝 그러고 있는 느낌… 더 부끄러워지기 전에 헤겔 짓거리는 이제 그만!

다이어트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직장인들은 회사 다니면서 다이어트를 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것 같다. 계속 앉아 있느라 업무, 인간관계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제때 풀 수 없으니, 자꾸 달달한 과자를 찾게 되고 또 건강한 식단으로 매 끼니 챙겨 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갖은 이유로 진행되는 회식은 다이어트의 최대의 적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인 만큼 빠지기 쉽지 않은 데다 기름진 식사와 함께 음주를 하는 경우도 많아 과식할 때가 많다.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줄어 안 마시려면 안 마실 수 있지만, 시끌벅적 들뜬 분위기에 취해 내가 자연스레 손을 뻗… 이래서 회식은 내 다이어트 인생의 최대의 적이다. 다만 사회생활의 일환이니 꼭 나쁘게만은 볼 수 없겠지. 한마디로 회식은 내 다이어트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코로나19로 ..

사진 한 장, 노래 한 곡

지난 일기를 읽다 보면 과거의 추억들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런데 가끔은 한 장의 사진과 5분도 안 되는 노래가 일기보다 더 많은 기억을 되살릴 때가 있다. 기억뿐만 아니라 당시의 감정, 감각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예를 들어 나는 텅 빈 마르세유 역이 담긴 사진을 볼 땐, 기차 고장으로 갈 곳 잃고 예정에 없던 노숙을 하느라 느꼈던 무서움과 허탈함을.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의 입국장 사진을 볼 땐, 1년 가까이 떨어져 지낸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입국장 문이 열릴 때마다 미어캣 마냥 고개를 들던 순간과 설렘을 떠올린다. 내 추억에 묶인 다른 사람들 또는 내가 사진에 찍히지 않았더라도, 몇 년이 지난 나의 순간순간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뚜렷하게 떠올린다. Maksim의 'Croatian Rhapsody..

위로가 되었던 서울의 야경

며칠째 철야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쉴 틈 없는 업무의 나날들을 보냈던 때가 있었다. 당시 한달 넘게 늦은 새벽에 퇴근하고 정상 출근하기를 반복하다가, ‘이러다 진짜 쓰러지겠다.’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몸에 안 좋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그렇게 질리도록 야근한 뒤에 격하게 흔들리는 택시에 몸을 실었더니, 울렁거리는 속 따라 마음과 기분도 참 많이 울렁거렸다. ‘평소에 막혀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이 거리를 30분 안에 주파하는 건 야근의 장점인가…’ ‘이번 달에 남은 정기권 횟수가 절반이 넘던데, 그럼 야근을 얼마나 한 거지?’ ‘근무 시간에 딴짓 안 하는데, 왜 이렇게 효율이 떨어질까?’ ‘이 불필요한 서류 작업만 없어도 12시 전에는 퇴근할 수 있겠는데…’ ‘무얼 위해 이렇게 내 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