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못쓰는이유 2

근자감과 벼락치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란 단어는 나와 뗄 수 없는 단어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벼락치기에 근자감을 내비쳐 왔기 때문. 나는 학창 시절 내신, 대학 시절 각종 시험, 과제 등을 준비해야 할 때 끝까지 여유 부리다 발등에 불 떨어져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하도 그랬더니 결과가 어떻든 벼락치기는 습관이 되었다. 사회인이 된 후로도 가끔 이 벼락치기 습관이 나오는데, 특히 무언가를 기획하고 창작해야 할 때, 글 쓸 때 벼락치기를 하는 편이다. 벼락치기 하느라 나중에 고생하지 않게 미리 시작하자 마음먹더라도,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네. 딴짓하다 보면 생각나겠지. 이러다 소재 떠오르면 금방 끝낼 거야~’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고… 다행히 잘 풀리면 벼락치기 성공인데, 끝까지 잘 풀리지 않으면 시간에 ..

허접한 사유

부담 갖지 말고 나의 평범한 하루를 평범한 단어로 써 내려가자고, 그렇게 시작해 나중에는 내 호흡이 담긴 내 문체를 갖고 더 깊은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종종 처음의 그 마음가짐을 잃을 때가 있다. 특히 누군가의 깊은 사유, 유려한 표현을 만나 그를 따라 하고 싶거나 그럴듯한 주제를 잡고 나면, 더 초심을 잃고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나의 앎은 피상적이고 부분적인데, 사고 수준은 빈약하고 허접한데. 이 사실을 들키고 싶지는 않고 욕심은 부리고 싶고, 그러니 내실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글을 쓴다. 어쩌면 나의 이런 모습을 알아서, 부담 없이 아무말을 쓰겠다는 말로 미리 약 뿌리는 게 아닐까. 급 부끄러워지는 나의 글, 허접한 사유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글, 그 글들을 써 내려간 시간. 부끄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