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zine 37

비현실적인 남매의 현실적인 시간

나에게는 2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때로는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불러놓고선 불 꺼달라고 하며 약올리고 상대방에게 뭔가를 부탁하고 나면 친근한 욕을 주고받는 현실 남매이지만, 때로는 비현실적인 남매이기도 하다. 둘이 2시간 가까이 산책하며 끝없이 대화를 나누고, 단 둘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각자의 연애 고민과 진로 고민 등을 솔직하게 나누는 비현실적인 남매. 우리 남매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 때로는 부모님과 나누지 못할 고민을 공유한다. 부모님께서 잠드신 새벽에. 자그마한 소리도 크게 울리는 새벽이라 방문을 닫고 조심스레 말소리를 낮춰 꺼내보는 고민. 그만큼 방안은 가벼운 웃음보다는 무거운 침묵과 생각으로 가득 차오른다. 한 번은 진지한 고민 상담의 시간을 가지며 새벽..

글보다는 짧은 말 한마디

토요일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후 갈수록 거세지는 외침 ‘정인아 미안해’. SNS에 ‘#정인아미안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도 수만 건 업로드되었고 양부모 엄벌 진정서도 많이 모이고 있다 한다. 이 작으면서도 큰 노력들을 계기로 아이를 학대한 양부모가 제대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양부모 처벌에 그치지 않고 경찰의 수사구조, 입양 아동 사후 관리, 아동학대 관련 법 개선, 양육자의 책임 등의 근본적인 대책에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오래 기억하고 오래 관심을 가지길. 그곳에선 아프지 않고 행복하길.

MBTI 성격 유형별 특징의 재해석

언젠가부터 엄청나게 유행을 탔던, 현재도 유행 중인 MBTI 테스트. MBTI 성격 유형을 응용하여 다양한 산업 군, 기업, 브랜드들이 각자의 색을 녹여낸 테스트를 만들어내며, 끝날 듯 끝나지 않을 듯 유행이 이어져오고 있다. 성격 유형별 꼰대 성향 테스트, 게임 성향 테스트, 아이돌 그룹 내 포지션 테스트 등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테스트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 이런 것도 있었다. MBTI 유형별로 추천하는 다이어트 방식은 무엇인지, 다이어트 성공률 높은 유형은 어떤 것인지 등을 알려주는 거였다. 다이어트 성공률이 가장 높은 유형은 ‘ESTJ’ 유형이었다. 이 유형은 한 번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우물만 파는 유형이라 충실하게 다이어트에 임한다고 한다. 나는 한 끗 차이로 성공률이 가장 높..

새벽 2시의 공원 산책

나는 가끔 밤 12시 즈음에 때로는 새벽 2시 즈음에 공원 산책을 다녀온다. 연극&뮤지컬계에는 다양한 은어가 있다. 좋아하는 배우를 뜻하는 ‘본진’, 같은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것을 뜻하는 ‘회전문’, 특정 극이나 배우를 처음 봤을 때를 말하는 ‘자첫’, 취소된 표를 노려 티켓팅하는 것을 의미하는 ‘취켓팅’ 등. 이외에 ‘공원을 산책하다’라는 은어도 있는데, 이는 인터파크에 접속하여 티켓팅을 한다는 뜻이다. 공원은 인터파크의 애칭! 한편, 티켓팅을 제때 잘 하지 못하는 연뮤덕이라면 극강의 참을성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바로 인터파크, YES24, 멜론 티켓 등 여러 공연 예매 사이트가 12시를 넘겨 취소표를 풀기 때문이다. 원하는 자리를 얻기 위해 취켓팅을 해야 한다면 12시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는..

새로움의 또 다른 이름

몇 번을 반복해도 설레는 시작, 1월 1일. 다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021년의 첫날을 시작했다. 새해 첫날임에도 일찍 일어나는 새는 되지 못했다. 대신 새롭게 시작한 것들이 있다. 디지털 드로잉, 독서노트 기록하기. 언젠가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지면서 전시회도 조금씩 다니고 연습장에 끄적이기도 했다. 그러다 디지털 드로잉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어, 얼마 전 태블릿을 구매했다. 장비를 갖추었으니, 이제 디지털 드로잉을 본격적으로 시작! 오늘은 처음 써보는 태블릿, 디자인 툴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별거 안 한 것 같은데 시간이 훌쩍! 독서노트 기록은 지난해 나의 독서 활동에 아쉬움이 남아 시작해 보는 것이다. 작년에 80권의 책을 읽었지만 어떤 계기로 그 책을 읽었는지, 저자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싶..

새해 복 많이 받으소!

참 다사다난했던 2020년의 마지막 날이잖아요. 2020년에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이제 그만 떨쳐버리고 새로운 목표를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해 보아요. 그리고 2021년은 신축년 흰 소띠 해라고 해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목표를 위해 소처럼 성실하고 우직하게 나아가자고 다짐하기 좋은 해인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2020년의 목표 중 하나였던 다이어트는 약 10분 뒤에 있을 카운트다운 후 새롭게 시작하려 합니다. 2021년에는 이 목표 아마 성실히… :)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소! 건강하고 행복하소!

고양이 그리고 종량제 봉투의 쓸모

사전에 ‘종량제 봉투’를 찾아보면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지정된 규격의 봉투라 나온다. 이 종량제 봉투에는 씻어도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는 용기류, 분리배출 대상이 아닌 품목, 폐비닐 등이 버려진다. 이게 내가 평소 알고 있던 종량제 봉투의 쓸모였다. 그런데 어젯밤 내가 알던 게 다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늦은 밤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다. 길바닥 위에 누워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새끼 고양이었다. 동네에서 종종 보았던 조그맣고 까만 아이는 아무도 오가지 않는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영하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식어가고 있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와 배고픔을 이겨내기에는 너무나 약하고 어렸던 아이. 사람 손 타서 살아가기 더 힘들까 봐 그동안 멀리서 지켜만 봤는데, 이제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살..

허접한 사유

부담 갖지 말고 나의 평범한 하루를 평범한 단어로 써 내려가자고, 그렇게 시작해 나중에는 내 호흡이 담긴 내 문체를 갖고 더 깊은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종종 처음의 그 마음가짐을 잃을 때가 있다. 특히 누군가의 깊은 사유, 유려한 표현을 만나 그를 따라 하고 싶거나 그럴듯한 주제를 잡고 나면, 더 초심을 잃고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나의 앎은 피상적이고 부분적인데, 사고 수준은 빈약하고 허접한데. 이 사실을 들키고 싶지는 않고 욕심은 부리고 싶고, 그러니 내실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글을 쓴다. 어쩌면 나의 이런 모습을 알아서, 부담 없이 아무말을 쓰겠다는 말로 미리 약 뿌리는 게 아닐까. 급 부끄러워지는 나의 글, 허접한 사유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글, 그 글들을 써 내려간 시간. 부끄러움..

나는 고기를 먹을 테니 너는 시험을 보거라

지난 가을 어느 날, 망지가 마장동에서 토익 시험을 응시했다. 용인에 사는 친구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근처 응시장이 없다며 먼 마장동까지 가게 됐다. 토익 시험 하나 보기 위해 왕복 3시간을 넘게 오가야 하는 친구가 참 안쓰러웠다. 또 한편으로는 망지의 시험을 핑계로 나도 마장동에 가고 싶어졌다. 초록창에 ‘마장동’까지만 입력해도 나오는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질 좋고 신선한 고기를 먹고 싶어서. 그래서 망지에게 먼 길 돌아 마장동까지 가는데 정말 달랑 시험만 보고 돌아가면 아쉽지 않겠냐며, 마장동에서는 꼭 소고기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망지를 유혹했다. 그렇게 우리는 토익 시험이 끝나는 대로 함께 소고기를 먹기로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망지는 정말로 토익 시험을 위해, 나는 고기를 먹기 위해 마..

카테고리 없음 2020.12.29

건강한 우정, 낭만적인 관계

오늘 어떠한 질문을 받았다. ‘지금까지 봐온 장면 중 가장 ‘낭만적인 모습’은 무엇인가요?’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하기 전에 ‘낭만’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봤다. 제법 오래 낭만을 잊고 살아서, 어떤 게 낭만적인 모습인지 헷갈려서. 사전을 찾아보니 낭만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사전적 풀이를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 매이지 않는다는 게, 현실 속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이런…. 내가 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이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은정’이 친구들에게 ‘나 힘들어. 안아줘.’라 말하자, 친구들이 은정이를 안아주며 고맙다 말하고 함께 울어주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