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각 12

Show You My Love

나에겐 나 포함 6명으로 구성된 단체 카톡방이 있다. 오늘 밤은 이 단체 카톡방의 멤버들과의 끝없는 대화로 늦게까지 잠 못 이룰 것 같다. 아니, 못 잘 거라 확신한다. 각자의 애정을 표현하느라. 단체 카톡방의 이름은 '오평단'이다. '오늘도 평화로운 단망진창'의 줄임말인데, 단망진창은 흥분하면 단어를 엉망진창으로 말한다는 의미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놀리다 만들어진 단어이다. 제법 오랜 기간 거의 매일 연락하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며 함께 웃고 떠들다 보니, 오랜 어릴 적 친구들인 마냥 서로를 잘 알게 되고 각자의 특징들도 파악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멤버들 각자의 특색이 여실히 드러나는 별명도 생겼고. 이 단톡방에서 내 별명은 '멍정이'이다. 굳이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짐작 가능한 별명의 유래… ..

2020년의 마지막 50일

우리나라 사람들은 50, 100 이렇게 딱 떨어지는 숫자를 참 많이 좋아하고 활용하는 것 같다. 실제로 백세시대, 반백살, 반오십, 대한민국 100대 또는 50대 기업, 오십견, 백일기도, 오십보백보 등 다양한 분야와 표현에서 숫자 50과 100이 참 많이 쓰이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 수업 시간은 50분! 특히나 100은 옛날에 제법 큰 숫자로 '온'이라는 말로 많이 쓰였다 한다. 다, 전부를 뜻하는 말로 통용된 '온'은 '온 세상, 온갖, 온통'이라는 말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숫자 50과 100의 영향을 꽤 많이 받고 그 숫자들에 의미 부여를 해온 것 같다. 한 세트에 스쿼트 50개, 플랭크 50초 등을 목표로 삼고 운동에 동기부여를 하기도 했고, 첫 연애 때는..

아빠의 아빠의 영면

아빠의 아빠, 할아버지께서 영면에 드셨다. 고로 이건 조문객의 발길이 멈춘 늦은 밤에 잠깐 시간 내어 쓰는 글. 상주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원칙하에 아빠를 제외한 가족들과 조문객들은 잠시라도 잠을 자기 위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눈코 뜰 새 없이 조문객을 맞느라 정신없던 상주에게 여유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그리고 위패를 바라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에만 서있느라 영정사진을 옆에서만 바라보았던 상주는 그제야 정면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상주,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느낀 것들. 1) '우리 아빠가 언제 저렇게 왜소해졌지?' 원래도 타고난 체형이 마른 분이셨지만, 오늘따라 더 말라 보이셨다. 아무래도 검은 양복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내게 블랙 정장..

노래에 뺨 맞고 위로받다 보면

나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음악과 함께 한다. 출퇴근길에도, 근무 중에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노래를 듣는다. 가사를 유심히 들여다본다거나 코드, 리듬 등 곡의 요소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듣는 건 아니다. 그저 항상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틀어놓는 엄마 덕분에 어릴 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과 함께 보내는 게 어색하지 않을 뿐이다. 수학 문제를 풀거나 시간에 쫓겨 무언가를 끝내야 할 땐 비트감이 돋보이는 곡 또는 장엄한 클래식 곡을, 책을 읽거나 잠을 청할 때는 잔잔한 음악을 듣는다. 또 글을 쓰거나 일하다 화가 날 때는 격한 노동요를 듣는다. 내 노동요 플레이리스트 중 한 곡만 공유해보자면 바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Work Bitch'. 해석하면 '일해, 이년아!'. ㅡ You wanna, you wann..

뿌듯함을 오래 느끼기 위한 체력 충전!

뿌듯함을 오래 느끼기 위한 체력 충전! '내가 잠을 못자는 이유 - 원치 않은 만남' 편에서 말했듯, 난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잘 살고 있는 듯한 하객이 될 만반의 준비를 하며 현타를 느꼈다. 친구와의 대화로 1차 현타의 원인을 찾고 잘 견뎌내는 듯했지만, 곧이어 2차 현타가 왔다. 2차 현타는 결혼식 직후에 왔다. 나는 남의 결혼식에 와서 뭘 하고 있나, 그 친구와 눈이 마주친 건 단 몇 초인데 그 짧은 순간을 위해 그렇게 오래 내 마음을 소비한 건가, 그렇게 용써서 원하는 바를 이뤘나. 참! 더 가관인 건 결혼식이 끝나고 이동하며 역까지 가는 길을 보는데, 그 친구와의 이별 장소가 있었다. 어쩐지 길이 익숙하더라니… 식장 갈 때는 바빠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길에야 그걸 깨달으며 더욱 현..

원치 않은 만남 그리고 친구의 결혼식

내 결혼식도 아닌데, 작년 언젠가 친구의 결혼 예정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고민에 빠졌다. 뭘 입고 가야 하나, 오래 못 봤던 동기들과 선배들을 만나게 될 텐데 어색해서 어쩌나 등. 사실 제일 신경 쓰였던 건 전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이쯤 되면 짐작되겠지만 나, 전남친, 내 친구는 동기 사이이고 친구의 결혼 상대는 같은 과 선배이다. 전남친과는 헤어지고 연락한 적도 없고 우연히라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이인데, 친구의 결혼식으로 만남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뭐, 다시 이 친구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그렇다고 평소 하고 다니는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보이고 싶진 않았다. 평소에 매우 헐렁하게 그리고 적나라한 민낯으로 다니는 편. 그래서 친구의 결혼 예정 소식을 듣고 1..

게으른 완벽주의자, 겁쟁이라서

오후 8시 30분, 오늘의 글쓰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은 시간. 오후 11시, 첫 문장을 쓴 시간. 두시간 반동안 난 뭘 했는가. 나는 거의 항상 이런 식인 것 같다. 주저하고 변명하다 마감 시간 다되어 허둥지둥. 오늘 주저하는 동안에는 무슨 생각을 했냐면, '뭘 쓰지? 첫문장 어떻게 써야할까? 내용 구성은 어떻게 하지?' 등. 사실 이 생각들은 정말 잠깐 했고 '글 하나 쓰는데 난 매번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까?'를 오래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 첫째, 난 날 것 그대로의 내 글을 보여주길 두려워하고 둘째, 비난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뛰어난 작가일수록 퇴고에 심혈을 기울인다 한다. 또 어떤 작가는 영혼이 소각당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퇴고를 한다..

받은 선물에 예의를 다하기 위해

일 년에 단 하루 있는 생일. 어릴 적 이날에는 엄마 힘든 줄 모르고 갖가지 음식 차려놓고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고 또 온 식구들과 둘러앉아 시끌벅적 맛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성대한? 파티보다는 가족과 특별하고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됐네. 그저 네 식구 모두 모여 따뜻한 미역국과 찰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안온함을 맛보고 즐거운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어릴 적처럼 각종 음식을 안 먹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기능 덕분에! '선물하기'는 정말 어마어마한 기능이라 생각한다. 선물을 주고받기 위해 서로의 시간을 맞춰보는 과정과 건네주러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단축시킨 혁신적인 기능. 그렇게 선물 준비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줌으로써,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먼 친구에게까지 가..

자는 것도 귀찮아!

내게 초코파이는 건강식품이라고 말해준 친구와 밤마다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참고로 앞으로도 자주 출연할 것 같으니 오늘부터는 이 친구를 별명으로 써보려 한다. 그녀의 별명은 '망지'!망아지의 '망'과 실명이 합쳐진 별명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통제가 안 되고 제멋대로 함'이라는 뜻의 관용구 때문에 망아지라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밝고 쾌활한 이미지를 생각해 주면 좋겠다. 망아지를 실제로 보면 얼마나 귀여운데! 망아지가 그런 관용구에 쓰이는 게 안타까울 뿐. 망지는 고개를 올려봐야 할 만큼 커다랗지만 제게는 정말 귀엽고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니 반겨주세요~ :)​아무튼 망지와 밤마다 자주 하는 말은 ‘졸리다, 자고 싶어. 근데 자는 것..

가을의 끝자락을 붙드느라

가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고 많은 것들이 무르익어가며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계절이라서. 또 가을은 마지막 혼을 불태우듯, 잘 익은 사과랑 누가 더 가을의 빛을 담고 있는지 내기를 하듯, 선명하고 붉은 노을을 자랑하는 계절이라서. 이 열정 가득한 가을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2020년의 가을은 기다리는 사람 애타게 참 천천히 왔다. 그런데 올해 가을은 겨울에 등 떠밀려 빨리 떠난다고 하더라. 난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청명한 가을 하늘만 보면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데, 그 속 시원한 하늘을 오래 즐길 수 없다는 생각에 다급해졌다. 그리고 하루하루 깊어가는 가을의 청취를 느낄 수 있는 나들이 장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방역 수칙 잘 준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