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_OO_못하는_이유/내가 잠을 못자는 이유

비현실적인 남매의 현실적인 시간

의 19호실 2021. 1. 6. 00:15

나에게는 2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때로는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불러놓고선 불 꺼달라고 하며 약올리고 상대방에게 뭔가를 부탁하고 나면 친근한 욕을 주고받는 현실 남매이지만, 때로는 비현실적인 남매이기도 하다.
둘이 2시간 가까이 산책하며 끝없이 대화를 나누고, 단 둘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각자의 연애 고민과 진로 고민 등을 솔직하게 나누는 비현실적인 남매. 우리 남매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 때로는 부모님과 나누지 못할 고민을 공유한다. 부모님께서 잠드신 새벽에.

자그마한 소리도 크게 울리는 새벽이라 방문을 닫고 조심스레 말소리를 낮춰 꺼내보는 고민. 그만큼 방안은 가벼운 웃음보다는 무거운 침묵과 생각으로 가득 차오른다. 한 번은 진지한 고민 상담의 시간을 가지며 새벽 4시까지 얘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게 늦게까지 이야기한다고 뾰족한 해결방안이 나오겠냐마는, 그래도 어디 가서 말 못 할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가까이 있다는 건 참 축복이고 행운인 것 같다.
동생이 있어 다행이고 나 같은? 누나와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눠주어 동생에게 고맙다.

동생은 최근 코로나19로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으며, 진로를 바꿔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잠시 후 새벽에, 부모님께서 잠든 후에 얘기를 나눠볼 예정!
기다려지는 비현실적인 남매의 현실적인 새벽 시간. 새벽을 함께 나누는 남매.
이런 이유로 잠 못 드는 건 괜찮아. 새벽을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