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_OO_못하는_이유/내가 다이어트를 못하는 이유

습관이 되어버린 나만의 스탠딩 버티는 법

의 19호실 2021. 1. 10. 00:18

한때 ‘콘서트는 무조건 스탠딩!’을 외쳤던 때가 있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나는 생애 첫 콘서트를 겁도 없이 스탠딩석으로 갔는데, 그 뒤로 그 매력에 푹 빠져 공연을 예매할 때면 꼭 스탠딩석을 잡았다. 스탠딩석에서 남에게 밀리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맷집과 체력을 기르겠다고 복싱까지 배우기 시작했으니, 스탠딩에 정말 진심이었던 편.

스탠딩석의 장점은 좌석보다 앞에서 아티스트와 그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고, 아티스트와 함께 노래 부르고 호흡하고 뛰며 공연의 뜨거운 열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아티스트를 보려는 관람자들 사이에 끼여,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몸싸움을 견뎌야 하고 장시간 서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공연 시작 1~2시간 전부터 입장 순서에 맞춰 서있어야 하는 공연이라면, 공연 시간과 퇴장 시간까지 다 합쳐 5시간을 넘게 서있어야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지옥의 스탠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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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고 공연 보는 중에 쓰러지지 않으려면 잘 먹고 공연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대기 시간 직전에 밥 먹고 공연장 들어가기 전까지는 에너지바를 먹으며 체력을 비축한다. 나름의 이 루틴은 이제 습관이 되어, 콘서트의 성격이나 자리 위치에 상관없이 꼭 실행하곤 하는데…

요즘에는 콘서트가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스탠딩석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그저 안방 1열에서 편한 자세로 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나는 나의 루틴, 습관은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이리저리 치이고 장시간 서있을 일이 없어 소모되는 에너지도 적을 텐데 먹는 건 그대로. 콘서트로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먹는 게 더 많다.

예전에는 콘서트 보고 나면 다이어트 된다 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아 씁쓸하다. 행복한 지옥의 스탠딩이 그리운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