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갖지 말고 나의 평범한 하루를 평범한 단어로 써 내려가자고, 그렇게 시작해 나중에는 내 호흡이 담긴 내 문체를 갖고 더 깊은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종종 처음의 그 마음가짐을 잃을 때가 있다. 특히 누군가의 깊은 사유, 유려한 표현을 만나 그를 따라 하고 싶거나 그럴듯한 주제를 잡고 나면, 더 초심을 잃고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나의 앎은 피상적이고 부분적인데, 사고 수준은 빈약하고 허접한데. 이 사실을 들키고 싶지는 않고 욕심은 부리고 싶고, 그러니 내실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글을 쓴다. 어쩌면 나의 이런 모습을 알아서, 부담 없이 아무말을 쓰겠다는 말로 미리 약 뿌리는 게 아닐까.
급 부끄러워지는 나의 글, 허접한 사유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글, 그 글들을 써 내려간 시간. 부끄러움을 깨닫자 타자기를 치던 손을 멈추게 된다. 글을 못 쓰겠다.
한참을 아무것도 쓰지 못하다가 남의 사유와 문장력을 질투해서 내 글도 남의 글도 아닌 글을 그만 쓰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유치하고 허접해도 내 글을 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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