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눈 내리던 밤,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선 우두커니 서서 눈 맞고 있는 나무처럼 가만히 서있어 보았다. 제법 매서운 바람에 굵은 눈송이가 펑펑 쏟아져, 순식간에 어깨와 머리 위로 눈이 쌓여갔다. 이러다 내가 진짜 눈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내렸는데, 다행히 무겁거나 따갑지는 않았다. 공격력 제로의 세상 무해한 눈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눈처럼 누군가에게 해 끼치는 거 없이 마구 쏟아져 들어가고 싶다고. 그런 마음을 담아 눈을 꽁꽁 뭉쳐 큰 덩어리로, 눈사람으로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누군가 이 눈사람을 보고 살짝 미소 짓지 않을까.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내 눈사람이 스며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밤새 눈사람을 만들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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