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_OO_못하는_이유/내가 잠을 못자는 이유

정겨운 코골이 소리

의 19호실 2021. 1. 22. 00:37

현재 부산에서 살고 계신 (외)할머니(굳이 ‘외’를 붙이며 구별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 이 문장에서만 붙여본다.)께서는 종종 서울, 우리 집에 오시는 날에는 내 방에서 주무신다. 크지 않은 침대라 나란히 딱 붙어 누워야 하는데 그런 만큼 할머니의 체온, 숨 쉬는 소리, 작은 미동이 새벽에는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특히나 크게 느껴지는 건, 할머니의 코골이 소리. 난 할머니에 비해 취침 시간이 매우 늦은 사람이라 내가 침대에 누울 때쯤이면, 이미 할머니께서는 깊은 잠에 빠져 한창 코를 고실 때이다. 조용한 새벽녘, 잔잔한 노래를 듣다 잠드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격한 소리라 못 들은 척하기 참 어렵다. 그저 평소와 같이 잠을 청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귀 눌림 무시하고 이어폰을 껴보기도 하고 등을 돌리고 누워보기도 하지만 통할 리가.

그런데 이런 새벽의 어택?에 잠 못 이뤄도 괴롭거나 불쾌하지는 않다. 일 년에 몇 번 없는 날이기도 하고 할머니가 좋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못 듣게 될 정겨운 소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