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철야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쉴 틈 없는 업무의 나날들을 보냈던 때가 있었다. 당시 한달 넘게 늦은 새벽에 퇴근하고 정상 출근하기를 반복하다가, ‘이러다 진짜 쓰러지겠다.’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몸에 안 좋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그렇게 질리도록 야근한 뒤에 격하게 흔들리는 택시에 몸을 실었더니, 울렁거리는 속 따라 마음과 기분도 참 많이 울렁거렸다.
‘평소에 막혀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이 거리를 30분 안에 주파하는 건 야근의 장점인가…’
‘이번 달에 남은 정기권 횟수가 절반이 넘던데, 그럼 야근을 얼마나 한 거지?’
‘근무 시간에 딴짓 안 하는데, 왜 이렇게 효율이 떨어질까?’
‘이 불필요한 서류 작업만 없어도 12시 전에는 퇴근할 수 있겠는데…’
‘무얼 위해 이렇게 내 몸 상해가며 일하는 걸까?’
등등 온갖 생각으로 울렁거렸던 마음과 기분.

무엇보다 야경 하나 보겠다고 새벽까지 낯선 동네 돌아다니길 자처했던 내가 내가 야경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야경이 다 나 같은 야근러들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를 따라 보이는 그 풍경이 정신력과 체력을 갈아 넣어야 나오는, 고통이 서려있는 야경으로 보여서.
그러다 어느 날 한 택시 기사님의 말씀을 들은 뒤로 야경이 평소와 달리 보였다. 저렇게 환하게 켜져 있는 거 보면 늦게까지 일하느라 다들 고생이 많다는 기사님의 말씀.
그 말에 ‘나만 이 시간에 깨어있는 게 아니구나. 모두가 다 이렇게 치열하구나.’
그렇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동병상련의 위로를 받았다. 고통이었던 야경이 위로가 되었던 순간이었다.
이제는 종종 새벽에 부러 일을 찾아가며 깨어있는다. 새벽의 빛, 야경이 주는 위로를 받으려고.
(위로가 되는 밤 풍경일지라도~ 그래도 다들 야근은 지양합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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