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정말 많이 쓸 때가 있었다. 긴 취준 중에 그리고 이직을 준비할 때.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니까.
마감 일정이 몰린 어느 날에는 서류 제출만 10개 가까이 한 적도 있으니, 당시에는 정말 글 쓰는 봇이었던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짬빠가 쌓이며 복붙 취트키로 금방 쓸 수 있었지만!
아무튼 불과 몇 달 전에도 난 자소서 봇이었는데, 문득 내 개인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소서도 내 경험, 내 스토리를 풀어낸 글이니 개인적인 글이라면 글인데, 내가 쓰고 싶은 방향의 글은 아니었다.
'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당신의 회사에서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답니다!' 이런 것들을 어필하기 위해 한껏 극적으로 쓴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진솔한 내 생각과 부풀리지 않은 일상이 담긴,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원치 않는 방향의 글, 포장된 글을 쓰다 보니 자소서는 내 이야기이지만 내 이야기가 아닌 글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자소서를 쓴 날에는 글을 써도 못 쓴 느낌이었달까.
한마디로 자소서는 제 글인데 제 글이 아니었어요. 제 글이 아닌 글을 쓰는 데에 그날의 에너지를 다 불태우고 정작 쓰고 싶은 글은 못 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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