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뭐랭 70

적응이 먼저야

한동안 좀 쉬다가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긴긴 출퇴근길을 오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업무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하니 당이 뚝뚝 떨어졌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일개미 라이프에 실수하지 않을까 긴장 모드로 있었더니, 초콜릿처럼 달달한 간식이 당겼다. 그렇게 판 초콜릿을 하루에 하나씩 먹기 시작했고… 먹다 먹다가 너무 많이 먹는 게 아닌가 싶어서 친구 망지에게 고해성사 하듯 털어놨다. ㅡ 망지야, 내가 요새 판 초콜릿 하나를 오전에 다 먹어 버리고 있는데 나 좀 말려줄래? 나 좀 뭐라 해줄래? 그러자 망지는 내 요청과는 달리 괜찮다는 말을 해줬다. ㅡ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원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게 피곤하고 힘든 일이야. 첫 출근 후 일주일 동안은 먹어도 ..

참을 수 없는 호기심

나는 종종 호기심이 생기면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불도저가 된다. 몇 시간이고 궁금한 부분을 서칭하고 정리하며 궁금증을 해소한달까. 대화 중에도 긴가민가한 내용, 서로 모르는 내용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찾아본다. (대화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궁금증을 바로바로 해소하고자 하는 나의 이 집요함은 앎에 대한 욕망 충족, 호기심이 해소되었을 때의 개운함, 급한 성격을 잘 달래줬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것 같다. 이런 성격은 책 읽는 중에도 발동된다. 특히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을 읽을 때면, 다음 이야기 및 전개 방향이 궁금하여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는 편. 어릴 때 해리포터를 읽을 때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밤새웠더랜다. 한동안 이런 기질이 좀 잠잠하다 싶었더니, 어제 읽기 시작한 소설이 너무 ..

일상 탈출

가끔 일상 탈출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도 마음속에서는 시끄러운 일상이 이어질 때. 그럴 때 난 일상의 루틴도 벗어던지고 떠난다. 멀리 좋은 곳 가지는 못하더라도 어디로든. 각종 추억과 감정이 배어있는 집, 내 방에서 벗어나 아무 추억도 없는 낯선 곳으로. 오늘이 바로 내가 일상 탈출하는 날이다. 어떠한 기억, 고민도 떠올리지 않게 하고 내가 어떤 흔적을 남겨도 뭐라 하지 않는 조그마한 호텔 방으로 떠나는 날. 그러니까 내 일상 루틴 중 하나인 글쓰기는 여기까지.

비자발적 금식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해서 비자발적으로 금식을 해야 했다. 전날부터 검사 끝날 때까지 제법 긴 시간 이어지는 금식에 허기를 넘어 무의욕 상태에 다다랐고. 그저 ‘금식이 필요한 검사는 진작 끝났는데, 남은 검사들은 왜 이래 오래 걸리는 건가. 언제 끝나는가.’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긴 시간 비자발적으로 굶었더니, 건강검진이 끝난 후에는 괜한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강제성에 저항하는 척 ‘금식은 나의 먹 life를 방해할 수 없다!’를 외치며, 검진이 끝난 후 바로 각종 옆 백화점 식품 코너를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여러 먹거리들을 이 가게에서 조금, 저 가게에서 조금씩 샀더니, 나중에는 엄청난 양의 먹을 것들을 들고 있었다. 이래서 비자발적으로 굶는 건 하면 안 된..

정겨운 코골이 소리

현재 부산에서 살고 계신 (외)할머니(굳이 ‘외’를 붙이며 구별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 이 문장에서만 붙여본다.)께서는 종종 서울, 우리 집에 오시는 날에는 내 방에서 주무신다. 크지 않은 침대라 나란히 딱 붙어 누워야 하는데 그런 만큼 할머니의 체온, 숨 쉬는 소리, 작은 미동이 새벽에는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특히나 크게 느껴지는 건, 할머니의 코골이 소리. 난 할머니에 비해 취침 시간이 매우 늦은 사람이라 내가 침대에 누울 때쯤이면, 이미 할머니께서는 깊은 잠에 빠져 한창 코를 고실 때이다. 조용한 새벽녘, 잔잔한 노래를 듣다 잠드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격한 소리라 못 들은 척하기 참 어렵다. 그저 평소와 같이 잠을 청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귀 눌림 무시하고 이어폰을 껴보기도 하고 등..

목적을 상실했어요 - 나는 왜 쓰는가

‘컨셉진 100일 글쓰기’에 참여한 건 글쓰기의 습관화를 위해서였다. 그 목적에 맞게 정말 매일 밤 11시부터 12시까지는 뭐라도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들어 주제를 잡는 데에도 오래 걸리고 글쓰기에 이전만큼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짧게 끄적이다 겨우겨우 시간 맞춰 업로드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는 나날들… 왜 이러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 내린 결론은 내가 글쓰기의 목적을 잃었다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내가 왜 글을 쓰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내 일상과 생각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게 좋아서 쓰는 거라고 말해왔었다. 이제는 무작정 뭐라도 쓰기에 앞서 목적과 목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컨셉진 100일 글쓰기의 목적이 ..

출근길의 먹방

어느 날 출근길에 옆 사람의 핸드폰을 우연히 스치듯 보았다. 그는 아침 8시부터 먹방을 보고 있었다. 영상을 보는 데에 정해진 시간은 없다만, 그래도 그 아침에 지하철에서 먹방을 보는 모습이 생소하게 다가왔다. 평소 먹방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라, 출근길의 혼잡함 속에서도 직장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먹방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몇몇 영상들을 보며 느낀 먹방의 장점은 다이어트를 하느라 먹고 싶은 걸 양껏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특이하거나 새로운 음식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식가들의 영상을 볼 때는 신기하기도 했고 먹방 크리에이터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혼밥의 외로움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출근길의 그 생소한 광경으로 몇몇 영상을..

그냥 자기 싫은 날은 없어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이유 없이 그냥 자기 싫은 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유가 없는 날은 없었다. 대개 이런 날은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날을 보내서 또는 한심한 하루를 보내서, 늦게까지 깨어있는 걸로 그날 하루에 대한 만족감을 채워보려는 날이다. 새벽에 특별히 유의미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깨어있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조금이나마 보충하는 느낌. 오늘의 난스스로가 정말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새벽 늦게까지 깨어있을 것 같다. 같은 게 아니라 깨어있겠지. 그냥 자기 싫다며.

근자감과 벼락치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란 단어는 나와 뗄 수 없는 단어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벼락치기에 근자감을 내비쳐 왔기 때문. 나는 학창 시절 내신, 대학 시절 각종 시험, 과제 등을 준비해야 할 때 끝까지 여유 부리다 발등에 불 떨어져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하도 그랬더니 결과가 어떻든 벼락치기는 습관이 되었다. 사회인이 된 후로도 가끔 이 벼락치기 습관이 나오는데, 특히 무언가를 기획하고 창작해야 할 때, 글 쓸 때 벼락치기를 하는 편이다. 벼락치기 하느라 나중에 고생하지 않게 미리 시작하자 마음먹더라도,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네. 딴짓하다 보면 생각나겠지. 이러다 소재 떠오르면 금방 끝낼 거야~’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고… 다행히 잘 풀리면 벼락치기 성공인데, 끝까지 잘 풀리지 않으면 시간에 ..

은혜 갚은 까치

우리나라에는 동물이 등장하는 구전설화가 여럿 있다. 특히 은혜 갚은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은혜 갚은 까치, 호랑이, 개구리, 개 등등. 어떤 동물이 설화에 출연하든 인간이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해주면, 동물이 그에 보답한다는 게 동물의 보은담을 다룬 스토리들의 주요 골자이다. 다시 말해 인간과 동물은 공존의 관계로 서로 돕고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는 게 주된 주제. 인간과 인간의 관계도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인생 혼자 사는 거라 하지만 인간은 서로 돕고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니까, 도움을 받았으면 은혜를 꼭 갚아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친구 라떼에게 큰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다. 자세한 사연 설명은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받아 오늘 제대로 보은하는 시간을 가졌..